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기를 조기 진작 시키기 위해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4대강 살리기 등 대규모 국책 사업에 총 45조원을 투자, 이를 통해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의 사업 예산 45조원 가운데 65%는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지자체들도 정부 방침에 맞춰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나 둘씩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된 사업 추진보다는 사업 조기 집행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당국의 준비 부족에 따른 사업 조기 발주는 대비가 부족한 중견 건설사의 참여를 막고, 일부 대형건설사들만이 사업을 싹쓸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지난 2월 발주한 경인운하는 6개 공구 모두 대형건설사의 잔치로 끝나면서 중견사들과 지역업체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오는 6월 발주가 예상되는 4대강 사업도 각종 대형 사업의 경험이 많은 대형사들의 싹쓸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지방건설사의 참여 비율을 50%로 높이라고 권고했지만 대형사들이 자유시장 경제 원리에 배치되고, 지역업체 난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의 조기 발주는 또 다른 문제도 예상되고 있다. 바로 사업의 부실화와 예산 낭비다. 조기 집행은 지자체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체계없는 발주와 집행과정에서의 투명하지 못한 지급 방식 등이 우려를 낳게 한다. 

또 정부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그동안 각종 사업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절차 등을 이번 기회에 대폭 완화 내지는 간소화할 방침이어서 사업의 부실화 또는 향후 환경 재앙에 대한 문제도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경인운하사업의 경우 충분한 검토와 수렴과정없이 지나치게 착공에만 신경 쓴 나머지 사업비용 누락, 환경영향평가 절차 무시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비용·편익 대비 정부 발표와는 달리 사업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경부고속철 2단계 사업의 부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국책 사업의 실태를 여실히 확인하고 있다. 특히 부실공사 뿐만 아니라 업계 선정에서의 특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반대여론이 심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사업은 강행됐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물론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치밀한 계획과 투명한 사업 추진으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 예상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국가적으로도 성장의 발판으로 삼자는 얘기다. 

국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국민의 혈세만을 낭비하는 사업이 아닌 국가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는 지금 사업의 조기추진 및 집행이 아닌 잠시 숨고르기도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