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 경찰과 검찰,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정국이 혼란스럽다. 책임자를 먼저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과 책임소재를 가린 뒤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모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나라에 악재만 겹치는 형국이다.2월 국회는 ‘용산 국회’가 될 게 뻔하다. 정치권의 물고 물리는 공방속에 용산 참사의 본질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책당국자들은 현행 재개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재건축 개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다.

현행 재개발은 기존 주택과 길 등 기반시설을 모두 헐고 새롭게 짓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철거민들은 삶의 터전과 사유재산을 지키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조합과 시공사는 막대한 금융비용 등 제반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헬리콥터 컨테이너 공습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이 속도전으로 벌어지면 조합과 시공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속도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철거민들 특히 세입자들은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분쟁은 불보듯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내년이나 내후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재개발 사업의 철거 및 착공 이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예정시기가 내년과 내후년에 대거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용산 철거민 참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재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를 재정비하고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개발은 필수불가결하다. 단 방법은 진지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더 이상 밀어붙이는 방식은 재개발을 서둘러선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 참사는 정치적 공방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누구 하나 옷벗는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해법을 마련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그게 국가의 녹을 먹는 이들의 책무이다.

일본의 대표적 도심 복합개발단지인 롯폰기힐스는 대형 디벨로퍼인 모리부동산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부터 시작해 2003년 완공될 때까지 무려 17년이나 걸렸는데 그중 14년 동안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속도에 매달리는 현행 재개발 방식을 개선해 당사자가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70~80년대 개발방식으론 대한민국 재개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 방식을 재개발해야하는 이유다.

김익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