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다. 올해 부동산과 건설은 악몽의 한 해였다. 아파트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건설사는 미분양으로 고전했다. 지난 2006년부터 부동산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를 듣지 않고 부동산 불패 신화만을 맹신한 결과이다. 

연말이 되니 시중의 부동산 전문가(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나 컨설팅업체 운영업자)라는 사람들이 또 활개를 치고 다닌다. 이들 대부분은 세미나와 투자설명회를 통해 내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면서 “상반기에 집을 사라”는 둥,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며 부동산 매수를 부추긴다.

1년전에도 그랬다. 지난해 말 이들은 “올해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유망지역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들의 말을 믿고 집을 산 사람들은 올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투자보고서에 대한 일정의 책임을 진다. 그래서 투자보고서는 늘 보수적이다. 적극 매수를 추천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는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보니 ‘아니면 말고’식의 전망이 난무하기 일쑤다. 실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데이터를 통한 분석보다는 ‘감’만으로 시장을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 등을 통해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과 발품을 통해 얻은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제시하며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부동산 전문가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이들 상당 부분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도 예측이 빗나가고 소비자들에 손해를 끼쳤다면 일정 책임은 물론 퇴출돼야 마땅할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지난 9월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의 툴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지적 이슈에 민감했던 부동산이 글로벌 이슈에 연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홀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중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져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하다. 여기에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에 대한 맹신이 깔려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과거와 전혀 다르게 움직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집값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 또한 일개 부동산업자의 주장일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싶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가격 논리로만 접근하다가는 1년전의 상황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언론에 부동산 전문가로 잘 알려진 A씨의 주장을 보면 언론의 입맛에 따라 전망이 달라진다. 그는 기자들 사이에 ‘원하는 멘트’를 잘해주는 매우 친절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투자자들에겐 큰 혼동을 주는 업자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전문가들이여, 세미나나 투자설명회를 돈으로만 보지 말고 입을 열기 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길 주문해본다.
 

김익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