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임직원 여러분, 힘드시지요. 건설 불황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그 끝도 보이지 않으니 암담할 수밖에요. 건설업계가 구조조정에 착수했더군요. 요즘 건설업계 사람들은 “어제 밤에 잠을 설쳤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면서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냉혹함 속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겠지요. 

얼마 전 구조조정으로 대형 건설사를 나온 L상무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로 위로를 삼더군요. 누구의 탓도 아니고 자신의 탓이라고 여겨야 치밀어 오르는 부아가 진정된다고 합니다. 그의 말대로 “20여년 뒤로 안돌아보고 흙먼지 뒤집어 써가며 공사 현장을 누빈 결과가 권고사직”이라니 뭐라 위로의 말도 건네기가 힘듭니다.

중견 건설업체 K전무는 “위에서 자꾸 눈치를 줘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소리가 깊어가더군요. 그는 올해초 “꿈을 펼쳐보자”는 회사 오너의 제안을 받고 회사를 옮겼지만 두 사람의 약속은 1년을 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후회하는 눈치였지만 대기업에 남아 있어도 결과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데 위안을 삼는 듯 했습니다.

비단 두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구조조정의 바람을 가까스로 피해 살아남은 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떨어져나간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봉을 삭감당해도 불평 한마디 늘어놓기 힘듭니다. 다만 살아남았음을 감사해 할 뿐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아프리카의 모래바람을 뚫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불굴의 용사들이 전세계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경제 한파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더욱 힘든 괴로운 것은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경기불황이 적어도 18개월은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산술적으로 2010년 하반기는 돼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통을 분담하고 그래도 안되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겠지요. 10년 전 IMF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악몽의 2008년이 딱 한 달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한달이 무척이나 길 것 같습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막바지 치달으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게 불 보듯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말이지요.

‘희망을 가지고 내일 향해 뛰자’는 상투적인 입발림말고는 별로 할 말이 없다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다만 인사권자들이 구조조정에 앞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시인 박노해의 말을 되새겨 봤으면 합니다.

 김익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