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여러분! 잘 살아남으세요. 그러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국토해양부 이재영 주택토지실장이 지난 12일. 한 건설인연합회의 포럼에 나와 강연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의 말은 그동안 루머 성으로 떠돌던 시공능력 평가 41위인 '미소지움'의 신성건설이 '미소를 지워버렸을 즈음'이었다. 

우리나라 주택·토지 정책을 총괄하는 실무책임자의 입에서 '잘 살아남으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현재의 건설경기가 얼마나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것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꽤나 길게 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필자는 이재영 실장의 말 속에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업계 스스로 살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 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업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바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다. 우리 건설업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체질개선을 외치면서도 구각(舊殼)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개발 형 사업보다는 눈앞의 단기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다가 부실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쿰즈(Coombs)는 "현대의 모든 개인과 조직은 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기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조직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위기(危機)는 곧 기회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를 잘 극복하는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손을 들고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쿰즈(Coombs)의 주장대로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은 위기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기업의 경영구조를 과감히 개선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실장의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일본의 이와타 코하치(岩田耕八, 66세)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현재 일본 규슈지역에서 가장 큰 개발회사인 후쿠오카 지쇼(福岡地所)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후쿠오카에서는 주택 분양가를 반액으로 내놔도 팔리지 않습니다. 건설회사의 부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어두운 10년을 통과했다고 꿈을 키우던 일본의 기업들도 초상집 분위기라는 것이다. 거리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현장판단지수'가 지난 10월에 비해 5.4 포인트 하락한 22.6을 기록했으며, 11월의 기업 도산 건수도 10월에 비해 13.4% 증가한 1,429건에 달한다고 했다. 

기업이 이토록 어려운 상황이면 그 조직원들은 어떻게 될까? 혹독한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고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인원감축·명예퇴직·해외 오지발령 등은 기본이고, 대량 감원의 폭풍이 덮칠 것이라는 소문으로 기업마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래저래 올 겨울은 예년과 다른 한파가 몰아칠 것 같다.

'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어야만,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을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같은 맥락이리라.
차가운 밤공기보다 더욱 냉기를 느끼게 하는 "여러분! 잘 살아남으세요"라는 말의 여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장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