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에서도 시작 후 5분과 종료 전 5분이 대단히 중요하듯 지진에서도 최초 5분이 너무나 중요하다. 지진은 어느 경우에나 ‘여진(餘震)’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지진의 피해자이자 의사로서, 지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전하고 싶다”면서「진도7에서 살아남다」라는 책을 낸 사람이 있다. 일본 니이가타(新潟)의 메디컬센터 상임고문인 '다무라 코우지(田村康二)'씨다. 그는 ‘진도7’의 대지진을 두 번이나 겪고서도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가 정리한 '지진 발생 시 최초 5분의 대응 요령'을 들어본다.

첫째, 손전등을 확보하는 것이다.손전등은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고, 건물의 흔들림에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손전등을 '어디에 두었지?'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전지의 유효기간이 지나지는 않았는지를 평소에 체크해야 하며, 건전지를 예비로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다.탈출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철근 건물의 경우는 문틀부분이 뒤틀려서 탈출구가 막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헬멧, 안전모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대피 중에 낙하물이 머리에 떨어지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게 때문에 필히 헬멧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헬멧은 사무실, 자동차, 자택 현관 등 곳곳에 비치하는 것이 좋다. 헬멧이 없으면 방석(座布団)을 뒤집어쓰는 것도 요령이다. 이상 세 가지가 지진 발생시 5분 이내에 취해야 할 행동 규칙이다.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지만, 대지진이 발생하면 정전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버리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필히 비치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 휴대전화, 안경, 콘택트렌즈, 보청기, 변기통, 모포, 방한복, 휴대용의자, 비상약, 비상식량, 물(水) 등이다.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사항들을 '매뉴얼화'하여 평소에 대비훈련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매뉴얼'인 ‘대 재해와 테러에서 살아남자!’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1억 명의 방재(防災)핸드북’에 들어있는 내용도 지극히 평범하다. ‘우리 집의 내진도(耐震度)를 체크하자’는 항목을 몇 가지만 들어본다.

ㆍ우선 집의 지반을 체크한다.ㆍ기초 공사부분과 기둥을 체크한다.ㆍ지붕의 안전성을 체크한다…… 등이다. 이는 지반과 기초공사가 취약하면 어떤 지진대책을 세워도 일순간에 집이 유실됨은 물론 생명의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뉴얼'들은 모두가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상식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나열만이 아닌 평소 훈련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1995년 1월 17일, 고베(神戶)시는 한신(阪神) 대지진으로 5,000여명의 인명피해와 10조 엔이 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 지진에서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여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이와타 코하치(岩田耕八, 65세, 전 호텔 회장)씨다.  그는 집안의 넘어진 가구들을 파헤치고 탈출구를 확보하여 근처의 공원으로 대피했다. 이와타씨는 '공원은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나무뿌리들이 지반을 견고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상식적인 '매뉴얼' 덕택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지진 문제가 남의 나라의 일만이 아닌 우리의 일이기도 한 현 시점에서 가슴깊이 되새겨 볼 만한 상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