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일대의 주택시장에서도 한류(韓流)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한류는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를 매개로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등지를 강타하더니 최근에 대한주택공사(주공: 사장 박세흥)의 인도네시아 서민주택 보급, SR개발(대표 강주영)의 중국 선양(瀋陽) 아파트 분양, 현대건설의 싱가포르 건축대상 공동주택 부문 수상, 대우건설의 필리핀 마닐라 인근 ‘캠브리지 빌리지(Cambridge Village)’ 주택사업 공사부문 수상, 부동산 시장에서도 한류 확대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동남아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부동산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부동산시장을 중점 보도한다.

◆인도네시아 경제 현황과 부동산 시장=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최근 페라리, 마세라티, 벤틀리 등 고급 외제차를 파는 대리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대당 5억원이 넘는 페라리와 10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가 들어오는 즉시 팔려나간다. 자카르타 중심가인 탐린 거리나 수디르만 거리에선 외제차 할부금융 광고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저마다 벤츠, BMW, 제규어와 같은 고급 외제차를 살 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한다.

고급아파트 분양시장도 활발하다. 곳곳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새로 짓고 있고 투자열풍도 뜨겁다. 인도네시아 부동산 재벌인 물리아 그룹이 최근 분양한 최고급 아파트는 분양가가 15억원이나 됐지만 인기리에 마감했다. 대부분 투자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고급백화점인 플라자스나 안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에선 200만원이나 하는 핸드백을 사는 손님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매장에선 인도네시아 일반 샐러리맨의 몇 달치 월급과 맞먹는 비싼 핸드백이 하루에도 7~8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인도네시아 부유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자카르타의 키워드는 ‘귀족 마케팅’이다. 자동차와 아파트 같은 생활재에서부터 금융 서비스, 건강·의료서비스, 고급가정부·가사서비스, 자녀 해외유학 서비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과 전통적 권력층인 군부, 경찰, 정부관료 등이 주 타깃이다. 현지의 어느 한국기업인은 “그동안 군부 독재정권 아래서 숨죽였던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이 유도유노 대통령의 민주정권 출범이후 서서히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국가위기 상태다. 최근 1~2년 사이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제2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전후(前後)의 시장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IMF사태 이전에는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금융도시화를 추진하다 IMF의 영향으로 다수의 금융기관이 정부의 구조조정에 의해 통폐합됨에 따라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거공간의 고급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빌딩들을 계획해 골조까지 올리다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면 이러한 공사중단 건물을 인수, 주거용으로 전환해 오피스텔 개념의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 유망해 보인다.

가장 선호되는 평수는 25평 이내이다. 상층부에는 다수의 고급형을 배치하고 별도의 이동 동선(動線)을 두어 수요자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택보급을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이같은 사업은 어느 정도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네시아 유망 투자지역= 2006년 인도네시아 부동산시장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좋지 않았으나 2007년 들어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2005년 10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유류보조금 지급을 축소한 것에 기인한다.

올해 들어 싱가포르처럼 급등하는 강세시장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거시경제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자카르타 부동산시장도 회복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스트라다-타이틀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콜리어스는 2만2900개의 신규 유닛(Unit)들이 4만2000유닛의 현 공급량에 새로 추가될 것”이라면서 “이는 전체 콘도미니엄(우리나라의 주상복합 또는 타워형 아파트에 해당)의 55%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물량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들은 가격을 낮추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리얼 에스테이트 인도네시아’는 주거용 주택가격이 최소 10% 상승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할 두 가지 요인은 금리하락과 건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것이다. 금리하락은 수요를 강하게 자극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축비가 상승함에 따라 개발업체들은 충분한 마진을 남기기 위해 분양을 미룰 것으로 추정된다.

신축 유닛들의 대부분은 고소득층보다는 젊은 전문인력 및 신혼커플 등 중류층을 타켓으로 하고 있다.

임대시장은 지난 3분기동안 신축임대 및 내부시설이 잘 구축된 아파트들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나 개인이 소유한 콘도 등으로 갈아타는 임대인들이 늘어났다.

클리어스는 관리가 잘 되고 내부시설이 좋은 아파트들만이 임대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전했다. 경제성장과 금리하락 외에 애널리스트들은 임대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주요 다른 요인들이 있다고 밝혔다.

3대 요인 가운데 우선 자카르타 남부의 출현이다. CBD지역은 외국인들이 주거용으로 오랫동안 선호해왔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자카르타 남부로 이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둘째, 최근 범람하고 있는 자연재해다.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홍수 및 범람이 없는 지역으로 옮기고 있어 새 수요층이 생기고 있다. 끝으로 외국인 소유권 규제에 대한 정부 정책이다. 현재 비거주자들은 25년 리스홀드 아파트를 제외고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인도네시아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등록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부동산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빠르면 5월말에 정부가 외국인 소유권 규제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인도네시아 부동산 시장은 크게 활력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소유제도와 관련 법규=인도네시아는 토지에 대한 권리제도가 독특하다.

다시 말해 토지에 대한 권리를 권리보유자의 법적인 신분과 토지보유 목적에 따라 소유권(MH), 사업권(HGU), 건축권(HGB) 및 사용권(HP)으로 구분하고 토지, 건물, 공중에 대한 근본적 권리는 국가에 있다는 토지공유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에 대한 토지소유를 허용하지 않고 사용권만 인정한다. 소유권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자연인과 특수공법인에게만 허용하는 권리로 최상위 권리이다.

사업권은 토지 자체를 생산수단으로 하는 농장, 양식장 등에 주어지는 권리로 국유지 토지위에 주며 권리의 시한은 최장 35년, 연장 25년이 가능하며 대규모 투자 시 90년간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토지사용권을 보면 ▲빌딩신축권(HGB-Hak Guna Bangunan: 정부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토지 위에 구조물을 건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때 최대 30년간 허용되고 50년까지 연장가능하며 담보권으로 행사가 가능하다.) ▲토지개발권(HGU-Hak Guna Usaba- 농업, 양식 및 목장을 위한 국유지사용권으로 최저 35년간 허용하고 60년까지 연장 가능하며 담보권으로 행사가 가능하다.) ▲정부에 의해 소유된 토지사용권(HP- Hak Pakai: 계약에 의해 규정돼 담보권으로 사용될 수 없으며 최대 30년간 허용되고 55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리스권(HS-Hak Sewa: 토지 및 구축물에 의존하며 역시 담보권으로 행사될 수 없다.) ▲기타 토지 및 빌딩에 대한 세금(자산과세)은 매년 부과되고 있으며, 연간 실효세율은 자산가치의 0.1%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1997년 중 자카르타 내 임대아파트의 임차료는 월간 17~23달러/㎡, 일반아파트의 임차료는 월간 30~40달러/㎡, 플랫식 주택(strata title)의 임대료는 30~40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1996년 6월 공표된 부동산 관련 법규(pp41/1996)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25년간(최대 50년간)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재산권을 구입,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소유권, 사업권, 사용권, 건축권은 모두 정부의 승인 없이 매매가 자유로우며 담보물로 인정이 된다. 이 네 가지 권리 가운데 외국인이 보유 가능한 부동산은 사용권 토지위에 지어진 부동산이다.

지난 3월23일 의회를 통과한 인도네시아 신투자법은 1967년 외국인투자법 및 1968년 국내투자법을 종합하여 투자 전반에 대한 골격을 재정비한 것으로 투자환경 개선 규정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투자법에는 내외국인 투자자 동등대우, 투자자의 소유권 보호, 과실송금 이전의 자유(본국송금 포함), 조세혜택, 재산권 강화, 거주편의 강화, 통합투자서비스제도 시행, 투자분쟁의 국제적 중재 처리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외국인이란 개념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허가서(KITAP/5년 유효) 또는 기한부거주허가서(KITAS/1~2년 유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외국인이 정식으로 출자하여 인도네시아에 세운 회사는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으로 분류됨으로 사업권, 건축권 혹은 사용권 토지 위에 지어진 부동산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권에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규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다. 투자물건에 대해 소유권, 매도 및 매수, 본국으로의 투자금 회수방법, 각종 세금문제, 주변시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관련 산업의 정부정책 등에 관한 법률적 검토를 위해 현지의 양식 있는 전문가에게 자문 받을 수 있으면 인도네시아는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임에 틀림없다. 

문윤홍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