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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자금 '아·태 지역' 몰린다

기관 투자가들 고수익 쫓아 미국·유럽서 방향전환 재미교포들 부동산 못 팔아 안달…한국선 사려고 아우성 "미국 부동산투자자 피해 우려"

2006년 09월 20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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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ws@renews

이슈분석-세계 부동산 자금 아시아로 몰려온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부동산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세계적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회사인 ‘존 랭 라살’의 보고서를 인용, 올 상반기 아시아지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430억 달러에 달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같은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부동산 투자는 중국의 산업개발 용지에서부터 말레이시아의 의료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서만 호텔과 관련해 188건의 거래가 진행 중이다. 2005년 6월에는 모건스탠리 부동산 펀드가 상하이(上海)시내 중심부의 최고급 오피스 빌딩인 상하이광장을 매입했으며 최근에는 골드만삭스 역시 상하이에 있는 22층짜리 무지개 아파트빌딩을 매입했다.
아시아지역 부동산 투자 붐은 연금펀드나 생명보험사 등 선진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에 투자했으나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자 아시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오일달러도 아시아지역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이뤄진 부동산 계약의 60% 정도가 미국 투자였으나 중동 투자자들의 거래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상대적 고금리로 미국의 부동산 투자 자금 유입이 위축될 수 있으나 중동 자금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지역 부동산 거래의 1순위 국가는 역시 일본이다. 전체 거래건수 중 51%가 일본에서 성사됐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의 올 상반기 부동산 거래규모는 지난해 전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호주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4개국도 아시아지역 부동산 거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외국 회사들이 매력을 느끼는 고급 사무용 빌딩에 관심이 많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 상반기 중 한국 내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국은 중국(470만 달러), 필리핀(120만 달러), 베트남(27만 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한 해 투자규모를 이미 웃도는 것이며 투자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집중됐고, 대(對)미국투자는 210만 달러로 2005년 한 해 투자규모의 40.5%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경향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쪽으로 관심이 급격히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주거 목적 구입은 제외)는 98년 7만3000달러(1건)에서 2004년 580만 달러(13건)로 늘었으며, 올 상반기에만 이미 1300만 달러(24건)에 달해 부동산 투자가 폭증한 지난해 1400만 달러(26건)의 94.5% 수준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이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27～29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국제부동산박람회(MIPIM ASIA 2006)'는 국제적인 부동산 전문가들이 대거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다.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최초로 열린 MIPIM ASIA는 17년 전통의 세계 최대 규모 국제부동산박람회의 명성 그대로 아시아로 옮겨온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국제적 행사로서 아·태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물론 유럽 미주 등의 부동산 투자자를 비롯해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브로커(부동산 중개업자), 건축가, 정부기관 등 약 23개국 1200여명 세계 유수의 부동산분야 전문가들과 100여개의 업체가 대거 참석했다. <본지 9월12일자 7면 기사 참조>
하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 부동산 투자 열기를 과열경쟁으로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뜻인 ‘코피 흘리는(nosebleed)' 수준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만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현지 상황을 긴급 진단하고 심층 분석했다.

◆ 미국 부동산 너무 올랐다?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부동산중개사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량은 633만 가구를 기록, 전년보다 11.2% 하락했고 전월에 비해선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주택 판매도(107만2000가구)도 전년보다 22%나 줄었다.
이는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크게 떨어진 수치다. 신규 주택 판매도 4.3% 줄어 지난해 2월에 11.5%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들어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외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월셔 감정평가 법인 이호주 대표는 최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 114가 개최한 특강에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기 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 불황 조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투기성 자금이 로스앤젤레스(LA)지역을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어 이 일대는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인들이 선호하는 물건들이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콘도 등 특정부동산에 한정돼 있어 단기간에 가격이 급상승해 생각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미국의 부동산‘네 가지 통설’깨진다
미국이 주택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미국인들이 많지만 이제는 환상을 버려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 월간지 ‘포천’은 최신호에서 숀 틀리 편집장이 쓴 ‘네 가지 신화(myth)가 무너지고 있다’는 칼럼을 통해 부동산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네 가지 통설이 깨지고 있다며 지난 7월의 기존 주택 판매 부진이 그런 신호라고 보도했다.
첫 번째 통설은 ‘고용이 증가하면 집값도 뛴다’는 것이다. 고용과 집값은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믿어왔다. 80년대 중반 텍사스와 90년대 초반 보스턴에서 일자리가 줄었을 때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포천은 그러나 고용이 증가하면 주택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이 너무 과도하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샌디에이고나 버지니아 북부 지역의 집값 하락을 예로 들었다.
두 번째 통설은 ‘업체들은 공급을 자율 조정 한다’는 점이다. 건설 회사들이 가격 하락에 맞춰 공급량을 자율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마진이 있는 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포천의 주장이다. 포천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황이 뻔한데도 신규 분양을 고집하는 건설사들을 예로 들며 이익이 제로에 근접할 때까지 계속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스스로 몰락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통설은 ‘저금리는 집값을 올린다. 최소한 떨어지는 것은 막는다’는 것이다. 포천은 집값이 그간의 금리 하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올라 버블(거품)이 낀 것을 볼 수 있다며 버블이 많이 낀 집값은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가 낮아지면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인상폭도 그만큼 작아져 저금리가 마냥 집값을 지지(支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통설은 ‘교외 주택개발을 제한하면 공급이 줄어 집값이 오른다’는 점이다. 미국 사람들은 주거지를 상대적으로 쉽게 옮기기 때문에 좀 더 싸고 넓은 집에서 살기 위해 통근 시간 연장을 감수하더라도 대도시에서 점점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 이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개발규제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포천은 전했다.

◆ 재미교포들 부동산 못 팔아 난리치고 한국선 사려고 아우성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허용되면서 국내에서 미국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초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부동산 박람회(The R-Show 2006)에는 하루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한마디로 미국 부동산 시장에 한국발(發) 특수가 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버블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급속히 냉각되는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만 미국 시장에 달려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칫하면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韓人)들이 많이 사는 뉴욕·LA 등 대도시 일부 지역은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맨해튼 인근 뉴저지에 2년 전 투자목적으로 집을 3채 산 교포 C씨. 그는 집값의 20%정도만 자기 돈으로 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연리 4.5% 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첫해는 월세로 3000달러를 받아 원리금과 세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C씨는 “가격을 10% 낮춰 내 놓아도 6개월째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며 “이자부담이 계속 늘어나 잘못하면 파산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LA의 어느 한국인 부동산 업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7월 LA·오렌지·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등 캘리포니아 남부 4개 지역에서 압류당한 한인주택(312채)은 연초에 비해 120%가 늘어났다. 이 중 60%가 지난해 대출을 받아 매입한 단기투자 목적의 주택이다.
특히 단기차익을 노리고 변동금리 대출로 집 투자를 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구입 후 6개월 안에 다시 판매한 단타 매매자중 24.7%가 지난 2분기에 평균 3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이처럼 미국 부동산 투자에서 손해를 보고 있거나 미국 부동산 시장은 버블이 꺼지는 징조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내 고객을 상대로 하는 미국 부동산 업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LA의 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해 한 달 6～7건에 불과하던 한국발 투자 건수가 올해는 20여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체인 뉴 스타 부동산의 홈페이지 클릭 수는 2～3년 전만해도 하루 3000번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여름부터는 1만 번 정도로 늘어났다. 이용자의 절반이 한국 내 고객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1980년대 일본 사람들이 미국 부동산을 비싸게 샀다가 이후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되판 적이 있다”며 “한국이 일본의 재판(再版)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는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는 미국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악성 미분양 물건을 떠맡을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한동안 하강할 전망이어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고통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문윤홍 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