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2 월 18:48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신도시개발 대 강북재개발

국민적 합의 바탕 지속가능성 담보해야

2002년 10월 10일 (목) 00:00:00

조명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최근 정부는 집 값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카드를 또 다시 내 놓았다. 몇십년간 써먹던 방식이어서 그런지 참으로 식상하기 그지없다.
신도시 개발 카드는 정부로서도 부담이 많이 따르는 것이라 손쉽게 활용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개발수요나 투기세력을 일시에 대거 잠재우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줄곧 사용되어 왔다.
가까이는 80년대 후반 전월세 파동으로 자살소동이 일자 정부는 200만호 주택공급이란 기치를 내걸고 5개 신도시를 불과 4∼5년만에 급조하는 괴력을 보였다. 이 사업으로 주택값 안정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만만찮은 '신도시 반대론'을 불러오자, 정부는 90년대 들어와 점증하는 신규개발에 맞대응하기 위해 '준농림지'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도 90년대 후반 들어 수도권 일원에 마구잡이 난개발을 불러왔고, 그 반사작용으로 정부는 지난 수년 전부터 계획적 개발의 의지를 보여왔다. 그 첫 결실의 하나가 판교 신도시 개발이지만, 정부와 시민단체, 건교부와 서울시간의 의견대립은 아직도 그 앙금을 남기고 있다.
올들어 강남지역 집 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또다시 신도시개발의 카드를 슬그머니 내놓고 있다. 정부의 변은 이렇다. 폭등하는 주택가격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강남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세력들의 투기수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강남형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라 한다. 여기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개발주의적 성향이 있는 국책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가세해 그 당위성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해도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 방식은 문제투성이다. 우리의 신도시 개발은 한마디로 대규모 주거지를 조성하는 것이며, 또한 이러다 보니 짧은 기간 내에 급조가 되고, 토공과 같은 국책기관이 맡아서 추진하지만 진정한 개발주체가 없다. 무엇보다 긴 시간을 통해 도시를 만들어 가는 신도시의 기본조건이 부재하다 보니, 후유증이 적지 않다. 때문에 신도시 개발에 대한 반대와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제2 강남형 신도시 개발론이 어느 정도 설득을 얻어가자 전 건설교통부장관이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선 지금 주택공급 위주의 신도시건설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신도시건설 대신 기존 시가지의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도시기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이른바 강북재개발론을 제창했다.
서울시가 강북재개발론을 전폭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때부터다. 서울시가 주창하는 강북재개발은 현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강남북균형개발의 일환이며, 또한 세기적인 도시개혁이 될 청계천복원과도 맞물리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로서는 강북재개발에 엄청난 무게를 싣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스스로의 변에 의하면 신도시개발보다 강북재개발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서울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강북재개발론은 건설교통부의 신도시개발론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는 바, 실제 건설교통부장관은 국회에서 강북재개발론의 비현실성과 부적정성을 역설했다. 이미 개발될 대로 개발된 곳,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혀 실제 개발이 되기까지는 12년 이상이 소요되는 곳, 또한 개발될수록 고밀화와 환경악화, 특히 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생활환경이 악화되는 그런 곳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외곽에 널찍한 터를 잡아 싹 밀어내고 수년 내에 수만 명이 살 집을 일거에 짓는 게 어느 모로 봐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자족기능이라도 첨가되고 또한 교통망이 제대도 강구된다면 더 이상 멋진 개발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시개발론자의 이같은 반론이 제기되자, 서울시를 포함한 강북재개발론자들은 이른바 '미니신도시론'을 가지고 한편에서는 신도시개발의 필요성을 수용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재개발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한다. 미니신도시론은 기존의 재개발지구 몇 군데를 묶어서 개발하되, 주택만이 아니라 업무 및 고용시설을 함께 개발해 주상복합·직주근접의 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민간개발업자들에게만 맡겼던 기반시설건설을 서울시가 직접 챙김으로서 우선 개발의 공공성뿐 아니라 도로건설 등에 어려움이 많아 재개발과정이 지연되었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물리적 방식과 더불어 특목고를 유치·신설하고 각종 문화·편익시설을 집중 배치시키며 세재 개편을 통해 가난한 구의 재정력을 보전해주는 비물리적 개발방식도 함께 따라감으로서 강북재개발이 강남북균형개발로 이어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도시개발론자들이 지적하는 강북재개발의 비현실성은 주택공급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강북재개발은 주택문제를 포함한 도심기능 재활성화를 위한 복합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양측의 공방은 이젠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전면화되고 있다. 과연 어떠한 것이 더 바람직하고 또한 대세에 걸맞은 방식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해 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어떠한 경우이든 개발은 이른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와 관련하여서는 아직 뚜렷한 언급이 없지만, 2000년에 '새국토협의회'가 실시한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44.9%는 기존 신시가지의 재활용과 재개발을 선호했고, 21.1%는 신도시건설 방식을 선호했으며, 나머지 19.9%는 도시적 활동억제를 통한 신규토지수요의 최소화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자, 즉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관련해서는 기존도시에 관련 기능과 시설을 집약적으로 배치시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토지이용의 집약도를 높이며, 나아가 생태적 순환이 이루어지는 지는 '집약도시모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도시의 이러한 물리적 시설의 건설과 운영은 도시주체들이 합의하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지속가능성의 조건이 충족된다.
이 두 조건을 가지고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 지에 관한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많을수록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보다 나은 도시로 만들어 갈 수 있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