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4 수 22:46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9.4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

투자목적 주택구입 느긋해져야

2002년 10월 04일 (금) 00:00:00

박용완

박용완 대우증권 건설/서비스/금융팀장
9월4일 정부가 네번째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응은 크게 주택가격 상승률의 둔화와 거래 냉각이다.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면 9월 첫째 주에는 서울지역이 1.4%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둘째 주에는 상승률이 0.9% 수준으로 둔화되었다.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 매도자들이 대부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8차 동시분양에서도 서울지역의 경우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높았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의 효과로 과거와 같은 초기 프리미엄은 형성되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일부 수도권 지역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주택에서 상가나 오피스텔로 자금이 이전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투기세력 단속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아직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꺾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으로 9월 이후 부동산 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선 현재의 주택가격이 경제주체의 구매력에 비교해 볼 때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이후의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가격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지역의 경우 이미 상당한 거품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구매력 대비 주택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가격소득비율(PIR)이 서울지역의 경우 최근 9배까지 상승하여 일본 동경의 5배 수준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두번째는 정부의 정책의지 때문이다.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경기를 부양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지나친 거품을 형성하게 되면 일본식 장기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은 80년대 후반에 저금리 정책과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로 주택가격이 91년까지 폭등하였으나 92년 이후 10년 동안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 전체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주택가격이 일부지역의 경우 이미 거품권에 진입하여 정책 당국자 입장에서는 그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카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9.4대책이후에도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정부는 금리 인상과 보유세 인상 등의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정책을 내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주택의 수급여건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분양경기가 나빠지고, 주택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주택분양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수도권 준농림지 개발을 막는 난개발 대책까지 겹치면서 2000년까지 3년간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되었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분양에서 입주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입주기준으로 보면 2001년부터 공급부족이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주택이 53만가구가 분양되어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 가운데, 20만가구가 공사기간이 짧은 다세대 주택이었음을 감안하면 수급 불안요인도 금년부터는 상당폭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되는 가구가 증가하고 월세이자율이 7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수급구조 개선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주택 구입에 조금은 느긋해져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프로필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대우증권 기업분석팀 건설/부동산담당 애널리스트(전), 대우증권 기반산업팀 팀장(전), 대우증권 건설/서비스/금융팀 팀장(현), 미국재부분석사 3차시험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