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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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강남 개발론의 비판

장단기 대첵 입체적으로 강구돼야

2002년 09월 04일 (수) 00:00:00

조명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최근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폭등하는 부동산가격을 근본적으로 잠재우는 방안으로 제 2 강남개발을 제안해 정부는 물론 업계나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제안의 핵심은 우리나라 주택문제의 진원지로 간주되는 강남에 몰려있는 중상층의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도시, 즉 제 2 강남을 수도권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남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취지가 십분 이해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험스러운 발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 2 강남 개발의 근거는 강남과 유사한 여건을 갖춘 주거지를 수도권 어디엔가 조성해주면 강남의 주택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하지만 제 2 강남을 개발한다 해서 복합적인 원인구조를 가지고 있는 강남주택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너무나 기계적인 발상이다. 강남 주택문제의 구조적 원인, 우리나라 신도시개발방식의 한계 등을 제대로 주목하지 못한 채 제 2 강남이 건설되면 이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더 낳을 수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제 2 강남개발 후보지로는 판교일대, 성남의 서울공항, 김포, 세곡동 일대로 대체로 서울로부터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서울에 가깝지만 다소 협소한 땅에 강남형 최고급 저밀도 주택지를 조성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제한된 물량에 비해 많은 투기세력들이 몰려와 주택가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서울 밖으로 광역화된 강남 일대에 중상층이 계속 몰려와 추가적인 개발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고가의 집값, 땅값이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현재의 강남은 더욱 고급의 주거지로 바뀌게 되면서, 더욱 구조화된 주택문제를 낳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제 2 강남개발은 강남의 광역화를 초래해 기존 강남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욱 상승시켜 놓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 2 강남 건설이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가정의 근거는 1991∼94년 사이 신도시건설로 강남의 집값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지금은 1990년대와 같이 5개 신도시를 일시에 지을 만한 공간이 없어, 신도시건설로 강남의 집값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강남의 높은 부동산가격 형성은 주택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이러한 부족을 낳는 학군 등 생활여건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제 2의 강남을 건설하려면 무늬만 강남이 되어선 안 되고, 강남의 교육환경과 같은 생활문화 여건이 현재의 강남 이상으로 조성돼야 강남에 거주하려는 잠재적인 주택수요층을 흡인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 신도시건설 방식은 주로 주택의 양적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어서 강남의 복잡한 문화환경을 이식해 낼 방도가 없다. 분당이 본래 이 같은 의도로 건설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분당사람들이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강남에 버금가는 학군 등의 고급생활환경이 신도시에 형성될 수 없음을 이야기해준다.
신도시에 이러한 문화적 여건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아마도 해당 도시를 위한 특별 학군을 조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조취가 취해지거나 우수한 교육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여해야 할 것이다. 중상층이 살게 될 도시를 이렇게 건설하게 되면, 분명 이는 특혜 시비를 낳아 정부는 엄청난 부담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비판과 갈등도 만만찮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 2 강남을 위한 신도시를 조성하게 되면, 신도시로의 인구이동을 계기로 새로운 인구집중을 불러와 수도권의 과밀화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 그로 인한 수도권 인근의 교통이나 환경의 악화가 어떠할 지는 5개 신도시 건설의 결과로 이미 목격해 왔다.
그렇다면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한 후 대처해야 한다.
가령 현재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유동자본이 많다고 본다면, 투자처를 마련해 주어야 하고, 교육환경 때문이라면 보다 철저한 교육개혁이 강구되어야 하며, 주거환경 때문이라면 기존 주거지의 선별적인 재개발을 통해 이를 흡수할 수 있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장단기 대책이 입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하며, 내용적으로 주택이외 교육, 세제, 교통 정책 등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 2 신도시의 건설에는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대규모 주거단지로만 조성하는 것은 반대다.
선택을 하라면 우리는 제 2의 강남 신도시 건설보다 강북의 재개발이나 기존 신도시(특히 분당)의 생활여건 개선을 도모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단기적으로 강남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지금과 같은 세제, 교육 등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것이 약발이 듣지 않으면 신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도 마찬가지라 본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