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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인과 세무조사
전가의 보도 세무조사 잘못된 처방
2002년 08월 27일 (화) 00:00:00 노영기
복부인과 세무조사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과연 한국 정부의 전가의 보도는 세무조사이다. 과열 과외 수업을 단속하는 데에도, 언론사를 혼내주는 데에도, 그리고 강남 아파트 투기를 잠재우는 데에도 정부가 들고 나온 무기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또는 조금 더 겁나는 용어로 세무사찰)이다.
발표된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 세무조사와 자금추적이라는 것은 정부가 아직도 복부인들을 혼내주면 아파트 투기는 문제없이 해결된다는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부터 잘못된 진단이며 처방이다. 당장은 강남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이는 투기꾼들이 잠시 납작 엎드려 몸을 사리고 있는 결과일 뿐이다.
최근의 아파트 시장 과열은 복부인들의 분탕질이 아니라 만성적인 공급부족이라는 아파트 시장의 고질적인 결함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국지적으로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니 아파트 가격이 당연히 오르고, 여기에 복부인들이 몰려들어 가수요를 발생시키니 아파트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바로 강남 아파트 투기의 본질이다.
따라서 복부인들을 겨냥한 세무조사는 한참 빗나간 행정 편의적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아파트 시장에 초과수요(=공급부족)가 있는 한 아무리 복부인들을 혼내줘도 잠시 위축될 뿐 복부인들 존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아파트 투기는 정부가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IMF 이후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키고자 정부는 줄기차게 건설경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하였고, 그 과정에서 아파트 투기는 자연스럽게 무르익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세무조사를 들고 나온 정부는 바보 아니면 여우이다. 경기진작이라는 명분으로 그 동안 수없이 경험한 '건설경기 활성화 → 아파트 시장 과열 → 세무조사' 의 공식을 몰랐다면 바보이고, 알면서도 또다시 구태의연하게 자금추적이라는 강수까지 동원하고 있다면 복부인들을 나무에 오르게 해놓고 흔들어 떨어뜨리고자 하는 간교하고 교활한 여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파트 투기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며 복합적인 대책으로 접근해야한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힘은 아파트 공급업자에게 수익을 보장해 줌으로서 발생하는 시장의 자율공급 능력이다. 조세 정책을 통해 대형 아파트 보다 중·소형 아파트의 공급업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아파트 시장의 실질적인 초과수요를 완화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세무조사는 거래를 위축시켜 시장의 자율공급능력을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악수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부는 아파트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강남 등지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국지적인 초과수요를 분산시키는 대책, 예컨대 과열 과외대책, 학원대책,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대학 입시제도의 손질 등을 주도면밀하게 추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차제에 부동산 관련 조세 제도와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 등록세, 취득세 등 아파트 거래관련 세금을 대폭 낮추는 대신 아파트 보유과세, 특히 아파트 과다 보유과세 및 시세차익 과세는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파트 보유의 수익률이 낮고, 시세차익이 작으면 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투기대책을 감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일종의 망국적인 처사이다. 투기에 대한 세무조사가 아니라 탈세에 대한 세무조사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투기는 양심의 문제이지 실정법상의 범죄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투기에 대한 세무조사는 자칫 시장경제의 핵심동인인 이윤동기를 저해하고, 정상적으로 축적된 재산까지도 비도덕적으로 매도하여 사회를 선하고 힘없는 못 가진 자와 힘세고 비도덕적인 가진 자의 감정적인 대결 구도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번의 시행착오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정부에게 세무조사가 아닌 시장 논리가 아파트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깨닫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 △UNDP 자문위원으로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경제발전자문 △중앙중소기업 연구소장(현) △중앙대학교 경제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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