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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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약도시 모델의 적극활용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현실화방안

2002년 08월 14일 (수) 00:00:00

조명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현재 87%에 이르러 있지만 2020년경에는 9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도시화가 앞으로도 계속 되리라는 전망이다.
도시화의 지속은 도시용지의 수요를 폭증시키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용지는 5,117㎢로 국토면적의 5.1%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국토면적의 3.8%에 해당하는 3,848㎢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앞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용토지가 충분하지 않아 토지이용을 둘러싼 갈등, 가령 용적률, 토지용도기준, 토지이용규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점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시용지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공급·관리하느냐는 21세기 국토관리의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적 용지공급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토지의 재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며, 두번째는 토지의 계획적 공급, 특히 신도시를 계획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좁은 국토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 두 가지 방안 중에서 기존토지의 재활용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체계적으로만 접근하면, 기존 토지의 합리적 재활용은 실제 신규토지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 소재 31개 지방자치단체들은 개정 도시계획조례에 의해 주거지역의 종(種) 분류를 다시 하고 있는 데 대체로 용적률이 높은 종의 지정을 선호하고 한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경기도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개발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많지만, 달리 보면 기존 도시토지의 재활용을 통해, 즉 개발밀도 향상을 통해 신규수요의 상당부분을 흡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요는 도시계획작성이나 심의과정에서 도시전체의 적정 밀도, 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지역이나 지구의 적정밀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차제에 도시별 개발잠재력을 고려해 개발용량을 산정하고, 이를 지구별로 할당함으로써 도시토지의 집약적 이용을 도모하는 방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인 신도시개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은 도시라기 보다 대규모 주거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토지의 집약적 이용도가 낮다. 현재 경기도에는 11개의 크고, 작은 신도시가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신도시가 건설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의 신도시건설에서 쟁점은 자족성이었지만, 앞으로는 토지이용의 집약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자족성 결여는 토지의 집약적 이용도가 낮음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다.
세계적인 신도시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밀톤 케인즈는 쾌적성, 자족성 등 모든 측면에서 훌륭하지만, 집약성 면에서 문제가 뒤늦게 나타나 현재 도시계획을 수정하는 중에 있다. 용도지역간(예, 주거지역과 상업지역간)에 분리가 너무 엄격하고, 저밀도로 개발하다 보니 인공시설물들이 광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자동차 중심의 거대한 도로 시스템으로 인해 토지이용이 단절되고, 중산층 중심의 주택공급으로 하층민을 위한 주택이 부족하며, 에너지 공급에 비효율성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도시 건설시 최대한 고려사항은 토지의 집약적 이용이다. 이를 전제로 용도지역설정, 시설배치, 가로구성, 자족기능확보 등이 도모되어야 한다.
이렇듯 기존 토지든 신규토지든 앞으로 도시적 용지공급에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토지의 집약적인 이용이다. 집약적 토지이용을 추구하는 도시모델을 '콤펙트 시티(compact city)' 혹은 '집약도시'라 부른다. 집약도시는 도시의 건조물들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특정 장소나 지역에 집중시키며, 아울러 기능과 시설을 분리시키는 게 아니라 통합하고 연계시켜 도시전체의 유기적 구성도를 극대화하는 도시를 말한다. 시설과 활동이 집약화되면 에너지의 소비절감은 물론 도시 하위 시스템간에 상호의존성이 높아져, 도시의 물리적 시스템으로부터 생활방식 전반이 지속가능하게 된다.
집약도시는 하나의 모델만 있는 게 아니다. 도시의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집약시킬 수 있다. 또한 단위 지역이나 지구 내에서도 건물별, 단지별, 가구별로 다양한 내용의 집약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일본 동경 세타가야 구의 환경공생주거단지나 덴마크 코펜하겐의 에게브제가드(Egevjeggard) 주거단지는 단지 내에 전통, 사람, 자연, 에너지, 문화 등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집약적 단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집약도시의 개념은 수도권 관리와 같은 광역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신도시 건설, 기존도시의 계획, 지구단위계획 등과 같은 수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도시개발이념으로 볼 때 집약도시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현실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